이달의 소장유물
음주단속 관련 유물
연말연시가 가까워지면 따뜻한 불빛과 함께 분주한 술자리가 많아집니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운전대를 잡는 순간,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특히 이 시기에는 어느 때보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이 중요해집니다. 시대는 변해가지만 오늘도 여전히 경찰은 한밤의 도로 위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소개글에서는 경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음주단속 관련 유물과 더불어 2005년 음주단속 중 순직한 故김태경 경사의 근무복을 통해 음주운전 단속의 역사,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사람들의 노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음주운전을 법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14년 8월 18일에 제정된 ‘마차취체규칙(馬車取締規則)’ 14조에 따르면 “(마차나 수레를 모는 사람은) 술에 취해 일을 하거나 승객 및 공중에 대해 난폭한 언행을 하지말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구류에 처하거나 벌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자동차취체규칙(自動車取締規則)’을 제정하여 자동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사람, 그 운전수에 대해 “술에 취해 일을 하거나 승객 및 공중에 대해 난폭한 언행을 하지말 것”을 규정하고 음주운전을 법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증가 추세에 따라 자동차 사고 역시 늘어나자 음주운전으로 인해 중대한 사고를 야기한 경우 벌금이나 구류에 그치지 않고 면허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음주단속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1939년 미국 인디애나주 경찰에 의해 최초로 음주측정기구를 이용해 음주 측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드렁코미터(Drunkometer)라는 장치가 바로 최초의 음주측정기입니다. 풍선처럼 생긴 플라스틱 주머니에 숨을 불어 넣었을 때 변하는 색깔의 정도를 보고 음주 여부를 판독했다고 합니다. 날숨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이 풍선 안에 들어있는 화학 용액과 만나 색깔이 변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음주 여부를 확인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이전까지의 음주 판독은 단속하는 경찰의 시각과 후각에 의존하고 있다가 점차 과학적인 수단을 이용해 음주 여부와 음주 정도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단속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드렁코미터와 같은 음주측정기의 경우 분석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기 어려웠고, 대신 ‘종이컵’을 이용해 음주 여부를 경찰관이 직접 감별하거나, 운전자를 하차시켜 걸어보게 하는 등의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 한국에서는 꽤 오랫동안 사용되었습니다.
1980년 6월, 불대를 이용한 음주감지기가 도입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운전자가 감지기 파이프에 입김을 불어 넣고 단추를 누르면 알코올 함량이 수치로 표시되는 감지기입니다.
치안본부 교육과에서는 일선 경찰이 음주감지기 사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사용법과 기기 소개, 운용원리, 운용지침 및 관리법을 정리한 안내 책자를 제작하여 감지기와 함께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경찰관을 위한 교통관리요령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휴대하도록 했는데, 그 안에는 교통경찰의 업무 중 하나인 음주운전 단속 요령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흥가, 식당가 진출로 등 용의지역을 선정하되 교통 정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불대를 검문 대상자마다 교체하여 국민 입장에서 불쾌감ㆍ저항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존칭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교통안전을 우선시하면서도 국민의 감정까지 배려하고자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립경찰박물관은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여러 종류의 음주감지기를 소장하고 있으며 야간 음주단속 시 운전자에게 검문중 임을 알리는 안전표시등, 경광봉, 교통경찰 호루라기와 휴대용 가방, 그리고 그들의 야간 안전을 책임지는 야광 조끼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음주단속 및 검문에 애썼던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 예방을 위해 경찰이 강압적인 단속, 검문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유물은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에 사용된 홍보물입니다.
1951년 서대문경찰서에서 제작한 ‘춘계교통사고 방지 강조주간 사진첩’에는 “술 먹은 운전수”라는 문구와 함께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사람, 사고 난 차량이 그려진 포스터가 있습니다. 음주운전이 유발하는 교통사고의 위험을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충북 보은경찰서에서 발행한 음주운전 예방 표어 스티커입니다. “음주운전 우리아빠 잠못자는 우리엄마”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이 밖에도 “음주운전! 가족을 먼저 생각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직접 메고 음주운전 예방에 힘썼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홍보물에는 시대는 변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유물은 수원남부경찰서 소속 故김태경 경사의 근무복입니다. 故김태경 경사의 근무복은 부인 이선희님께서 기증해 주셨습니다. 김태경 경사는 2005년 12월 7일,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야간 음주단속 중 측정에 불응하는 음주운전 차량에 몸이 끼인 채 끌려가는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이 근무복은 2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도로 위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경찰관들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연말연시가 다가올수록 단속은 더 치열해지고, 위험은 더 가까워집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현장 경찰관 모두의 사명감이 이 근무복에 응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 근무복이 전하는 무게와 의미가 오늘날 우리에게 용기와 단단함을 더해주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모든 경찰관들을 응원합니다.